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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일상

아이 생일날 코로나를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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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 이후로 단 한 번도 식당에서 외식한 적이 없다. 카페를 가더라도 무조건 테이크아웃으로 했으며 야외 카페에 잠깐 앉았을 뿐 실내로 들어간 적도 없다. 아이가 올해로 4살이다. 4살 생일파티 날 어린이집 선생님을 통해서 코로나 감염을 선물 받았다. 이젠 코로나 감염되었다는 소식이 놀랍지가 않다. 수많은 사람들과 지인들이 많이 감염이 되었다. 언젠가는 내 차례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주변 지인을 통해서 다양한 증상들과 대처 방법을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수없이 연습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은 아이가 먼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수요일에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코로나 양성이니 급하게 하원시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 당시에는 일하느라 바빠서 우리 반이 아닌 다른 반 선생님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하원을 도와주는 선생님이 날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혹시 하늘반이... 우리 반이네요.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확진인가요? 너무 놀래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역시나 아이 담임선생님이었다. 담임선생님은 화요일에 증상이 있어서 자가 키트로 여러 번 확인했으나 계속 음성이었다. 수요일에도 출근을 하고 3번이나 자가 키트를 했는데 역시나 음성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점심때 바로 신속항원을 받았는데 양성이 나온 것이다. 자가 키트는 믿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화요일과 수요일에 선생님과 접촉을 했으니 바로 증상이 나올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지금 신속항원을 받아도 음성일 게 뻔했다. 근데 신속항원에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다음날 등원이 불가능하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목요일과 금요일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혹시 아이가 양성이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안 가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다른 아이들도 등원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러나 내 판단은 오산이었다. 모두 그날 바로 신속항원을 받고 목요일부터 전원 모두 등원했다. 우리 아이만 등원하지 않은 것이다. 나만 조심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월요일에는 등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 3시경에 소아과에 가서 신속항원을 받았다. 음성이었다. 아이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금요일은 아이의 생일이었다. 신속항원 음성도 받았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아이 생일파티를 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좋아했고 선물을 사준 삼촌과 이모에게 감사의 뽀뽀도 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아이의 숨소리가 이상하다. 잠귀가 밝은 나는 아이의 숨소리에 잠에서 깼다. 코가 막혀서 나는 소리도 아니고 가래가 껴서 나는 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였다. 코 고는 소리도 아니였다. 열을 쟀다. 38.9도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무서웠다. 아이의 폐에서 나는 소리인 것 같았다. 당장 해열제를 먹였다. 아이를 억지로 깨웠다. 그 숨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금방이라도 숨이 멈출 것만 같은 소리였다. 새벽 2시에 아이를 깨워서 약을 먹였는데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2시간 간격으로 해열제 교차 복용을 했다. 집안에 상비약이 항상 있어서 다행이었다. 새벽 5시에 아이의 소리가 좀 나아지자 다시 겨우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12시에 일어났다. 새벽 내내 잠을 못 잔 탓에 아이가 일어나지 않았다. 소아과는 오후 2시까지 진료라서 서둘러서 챙겨 병원으로 갔다. 역시나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1시간동안 대기해서 기다리고 진료를 받았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아.. 역시 잠복기였구나. 바로 나도 검사를 받았다. 나는 음성이었다. 혹시 몰라서 아이의 약과 나의 약을 함께 타 왔다. 아이의 약은 항생제를 넣은 기침과 가래, 콧물약이다. 해열제 2종류를 넣어주고 열이 지속되면 교차 복용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내 약은 기침과 인후통 소염진통제, 해열진통제였다. 아이는 7일 치 약을 받았고 나는 5일 치 약을 받았다. 양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홀가분했다. 기다렸던 소식을 전해 들은 느낌이었다. 놀랍지도 않으면서 나 스스로가 너무 침착했다.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도 우울한 느낌이 아닌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가족들도 걱정하지 않았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코로나에 감염되었기에 그다지 슬픈 소식도 아니었다. 난 순간 일주일만 지나면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45일간은 재감염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동안에 못 가본 식당을 다니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증상이 나올까 걱정하는 마음보다 완치되고 놀러 갈 생각에 더 기뻐했다. 모두 다 감염이 되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장을 봤다. 아이는 이모에게 잠깐 데려다 주고 며칠 동안 해먹을 식재료를 샀다. 야채와 과일, 고기, 두부, 빵 등 여러 가지 샀다.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배달할 것들과 시장에서 바로 사야 하는 것을 구분해서 샀다. 바로 집으로 와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밥을 먹였다. 아이는 열이 계속 지속되었고 그 외에 증상은 없었다. 약간 기운이 없고 몸이 아프다는 말을 했다. 몸살감기가 온 듯한 느낌이었다. 아이의 열은 38도를 내려가지 않았다. 낮에도 해열제 교차 복용을 했다. 나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약을 먹지 않았다. 아이의 밥만 잘 챙겨주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밥을 해서 먹였다.

 

그날 저녁 역시 아이의 열은 내리지 않았다. 38도에서 39도를 유지했다. 아무리 해열제 교차복용을 해도 내려가지 않았다.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머리에 올려줬다. 열을 조금이라도 내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이의 열은 38도를 유지하고 있다. 해열제는 항생제를 먹이는 아침, 점심, 저녁에만 먹였다. 그 외에는 먹이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다. 둘째 날 저녁에는 열이 조금 내렸다. 37도를 유지했다. 해열제를 먹고 잤고 중간에 한 번 더 먹였다. 그리고 푹 잤다. 낮잠을 안 자서 그런지 12시간을 잤다. 잠을 뒤척이긴 했으나 꽤 오랜 시간 잠을 잤다. 다행이었다. 잘 먹고 잘자면 나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아이의 열이 나지 않았다. 특별한 증상도 없었으나 가끔 기침을 한 번씩 했다. 가끔 한 번이기에 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까지 삼일째이다. 그 이후에 증상은 다음에...

 

나는 자가키트로 확인했는데 계속 음성이었다.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고 목이 건조하다. 이게 코로나 증상인가 보다. 약을 먹으면 금세 좋아진다. 다행히 우리에게 온 코로나는 약한 코로나인가 보다.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무 이상이 없이 일주일이 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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